한 해의 마지막 날에도 박사는 집무실조차 아닌 제 방에 틀어박혀 모니터에 떠오르는 숫자들의 나열을 따라가기 바쁠 겁니다. 결국 그런 박사에 방에 보다 못해 들이닥친 로고스
박사, 마지막으로 잠든 게 언제지?
말없이 그를 바라보는 눈은 흐릿하고 뱉어내는 잔기침에 섞이는 옅은 목소리는 볼품없이 갈라져 있었기에 그는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 듯 한숨을 쉬며 결국 억지로라도 박사를 책상에서 끌어내리게 돼요. 붙잡은 손목이 이전보다 얇아진 것 같은 감각에 인상을 구기며······
박사를 침대에 앉히고 그가 입을 열려는 순간, 로도스 내에 활기찬 안내 방송이 울려 퍼지고 박사의 단말기에 수많은 메세지들이 도착하며 어두운 방 안을 밝게 비춥니다. 박사는 그제서야 아차 하고는 그를 바라보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어쩔줄 몰라해요.
미안······ 다 같이 해 뜨는 걸 보기로 했었지···
··· 그것 때문에 온 건 아니다. 그저 네가 닷새씩이나 바깥으로 나오지 않고 틀어박혀 있는 걸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었을 뿐이야. 다만 이제라도 기억해 냈으니 다행이군.
그리고 다정하게 웃으며 새해 인사와 함께 작은 선물을 건넵니다. 그것을 받아 들며 박사 또한 그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꺼내요. 늘 부족한 나를 따라줘서, 그리고 믿어줘서······ 고마워. 로고스는 박사의 왼쪽 눈을 가린 채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며 대답합니다.
그런 말은 필요 없다.
네가 있어서 로도스 아일랜드가 변했어. 이곳의 모든 이들이 너를 신뢰하고··· 그리고 나 또한 그렇다. 박사, 앞으로도 네가 가는 길에 내가 있을 것이다. 그것이 내 의지이자, 선택이니······
그에 말에 박사는, 로고스조차도 몇 번 본 적 없는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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